프랑스의 예술 분류법에 의하면 제 1의 예술은 '건축'이다.
본래 한자 문화권에서는 '건축'이라는 단어는 없었다. 건물을 짓는 행위를 조가(造家), 조영(造營), 영조(營造) 등의 단어로 표현하고는 했다. 그러던 중 일본에 제국대학이 생기며 이를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일본 교수들은 서양의 'architecture'라는 단어와 견줄 만한 멋진 단어를 찾아 자신들을 기존의 목수들과 차별화하려 하였고, 그 결과 '건축'(建築)이라는 단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간단하게 보면 건물을 짓는 것, 혹은 건물을 짓는 일을 포함하지만, 이러한 정의는 단순히 짓는 행위에 국한된다. 하지만 '건축'이라 함은 가히 공학과 사회학, 인문학이 모두 접목된 총집합체로서 인간에게 최적화된 생활 환경을 창조하는 것을 뜻하는 '예술'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올바른 견해라고 생각된다.
건축과 건축학을 예술로 보는 견해도 있다. 프랑스의 예술학계에선 건축을 제1의 예술로 분류하고, 국내 도서관 분류법의 5판까지는 건축 서적이 예술 서적으로 분류될 정도이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선정 기준 역시 '건축 예술을 통한 재능과 비전, 책임의 뛰어난 결합'이 주요 선정 기준이라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다.
그러나 건축과 다른 순수 예술과의 차이점이 있다면 음악이나 미술 작품 등은 안 듣거나, 안 보는 것을 개인이 선택사항이지만, 건축물은 철거하지 않는 이상 그 근처를 지나며 반드시 눈에 띄어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건축물의 존재 자체가 주변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건축은 "사회적 책임을 지는 공공성을 띤 기능적 제한 내에서 우수한 디자인 혹은 예술이자 공학 공공재"라고 볼 수 있다.
건축설계를 위해서는 건축물이 지어질 땅에 대한 역사성, 지역성 등을 고려하여 인문학적, 사회학적 관점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분석한 다음, 예술과 디자인의 영역으로 넘어와서 문제를 풀어낸 후, 공학과 기술의 영역으로 넘어와서 실제 건축물로 구현해 낼 방법을 모색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처럼 건축설계에는 예술/디자인/공학/과학/기술/인문/사회/역사/철학/심리/경영 등의 모든 분야의 배경지식을 기초로 하여 인간이 사용하기 위한 공간을 심미적, 실용적으로 설계, 공학적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실제 사용할 수 있게 현실화하는 일련의 과정이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건축가의 작품들 역시 순수 예술 분야와는 다른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아무리 미학적으로 우수해도 이용자에게 불편하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대표적인 예로 르 코르뷔지에가 말년에 설계한 '르 코르뷔지에 파리 계획안'을 볼 수 있는데, 도시를 구성하는 공학적 연구와 도시와 도시 내의 건물의 건축적 사상을 뛰어넘어, 거주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 도시와 건축물을 수용할 것인지, 도시의 형태와 기능으로 인해 거주하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지, 그리고 여기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사람에게 이 도시와 건축물은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까지 고려되어 있다. 그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건축이란, 이렇게 어떤 특정한 학문으로 나누어 볼 수 없는, 다시 말해 모든 학문의 집합체로 인식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위의 글에서 알 수 있듯이 건물은 건물을 짓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건물은 무엇일까'부터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건물' 사전적 정의를 생각해 보면 건물은 "사람이 안락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며 그 공간의 목적에 맞는 행위를 할 수 있게 외부의 환경으로부터 충분히 독립된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겠다. 즉 건물이란 사람이 일단 들어가서 살 수 있어야 하며, 그 건물이 세워진 목적에 맞게 적절한 기능성을 가지고 있어야지 그때부터 건물은 제 기능을 한다고 봐야 한다.
만일 화장실이 벽이 하나도 없고 모조리 개방된 시설이었다면, 그 화장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단언컨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벽이 없기 때문에 '안락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지나가는 통로가 벽으로 모조리 막혀있다 해도 문제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통로 주변이 사방으로 벽 둘러싸여 있다면 사람들이 그 벽을 지나갈 수 없기 때문에 통로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단순하게나마 그 공간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건축가는 항상 고심하며, 그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 동시에 가장 경제적이고 여기에 더해 심미성까지도 가질 수 있는 건축 설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 좋은 설계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건축이란 '건물을 세운다'라는 단순한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러 변화에 따라 건물이라는 정의 자체까지 변화하고 있고 해체주의와 같은 다양한 양식과 미학과 철학을 공유하려 하는 건축 시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