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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예술의 한 종류인 '요리'에 관하여

by 헌찬 2024.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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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실용예술의 한 종류이다.

요리(料理, cooking)는 ‘요리음식점’(한성주보, 1886년 10월 4일)에 처음 나온, 조선 말 한성에 진출한 일본인들이 음식을 만들어 팔던 가게의 간판을 인용한 말로 먹기 좋게 가공한 음식이나 가공 행위 자체를 의미하는 일본식 한자어이다. 식재료를 가공하는 행위에는 '조리(調理)'도 명사로 쓰이지만, 음식 자체를 조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한자로 풀이하면, 요리(料理)는 料(헤아릴 요)와 理(다스릴 리)고, 조리(調理)는 調(고를 조)와 理(다스릴 리)로서 조리는 재료를 알맞게 해 다스려 음식을 만든다는, 즉 음식을 먹기 좋게 만든다는 뜻이다. 요리는 '다스리다, 처리하다'라는 뜻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요리한다’ 나 ‘완성된 음식’ 자체를 의미하게 됐다.

식물이나 동물을날것으로 섭취할 경우, 소화에 상당한 무리가 따르고 병원균이나 기생충 감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심지어는 생물이 갖고 있는 독소를 제거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는 식재료도 꽤 존재하기 때문에 적절한 식재료 가공 기술은 인류 역사에서도 매우 필수적인 생존 요인으로 인정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이 보유한 영양분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인간이 소화하기에 적절하고 안전한 형태로 식재료를 가공하는 것이 바로 요리 및 조리의 주된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요리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행위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 사냥, 채집으로 얻은 동식물을 날로 먹던 인류가 우연히 산불이나 낙뢰 등으로 타 죽은 동물의 사체를 먹기 시작하면서 맛이나 영양 측면 등 여러 면에서 오히려 날것보다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타버린 음식'을 능동적으로 재현하기 시작하면서 최초로 요리라고 불릴 만한 행위가 이루어졌다.

원물을 가공하여 인간이 섭취하기 알맞은 형태로 바꾸는 것이 요리의 첫 번째 목적이라면, 두 번째 목적은 더 먹기 좋은 느낌, 즉 보기 좋고 맛있게 만드는 것 또한 요리의 주요한 목적이다. 특히 의식주 문제가 충분히 해결된 문명으로 갈수록 조금이라도 요리를 더 맛이 있고 보기 좋게 만드는 이 2번째 목적으로 각고의 노력이 투입된다. 그것이 더욱 심화하면 요리의 양보다는 맛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달리 말하면, 물론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나, 대체로 어느 지역의 전반적인 요리 문화를 보면 그 지역의 경제 사정을 짐작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모양과 맛보다는 최대한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식문화 위주: 경제적으로 궁핍하고 여유가 없는 사회
양만 아니라 음식의 맛과 영양까지 중시하는 식문화 정착: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사회
음식이 양의 굴레를 벗어나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여유가 많은 사회

2010년대를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일반적으로 2번째와 3번째가 공존하는 형태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발달한 국가의 대부분이 그러하다. 다만 대한민국은 빠른 경제 성장 때문에 세대 간의 문화적 관점이 극명해진 탓에 2번째와 3번째가 세대 간의 의견 차이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 음식점의 평점을 매길 때, 퀄리티를 중시하느냐 양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같은 음식점이라도 평점이 크게 달라진다. 비슷하게, 젊은 세대의 사람들이 양은 적어도 비싼 고급 음식들을 맛보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이고, 반대로 기성세대는 그것을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요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식문화의 발전은 이 3가지를 기본으로 움직인다. 다만 하나의 사회/국가가 한 가지 패턴만으로 고정하여 요리가 발전하지는 않는데, 왕족과 귀족, 부르주아나 젠트리같은 권력을 갖거나 경제력으로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과 농노나 노동자처럼 하위 계층에 속한 사람들의 사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권력층에 있는 사람들은 음식을 예술이나 미학의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반면 하층민들은 그전까지 먹어본 적이 없던 것들까지 먹으려 애쓰거나, 먹던 것들도 어떻게든 양을 불리고 죽지 않기 위한 노력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나마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좀 경제 사정이 나은 계층들은 이 2가지를 절충하여 양 중심의 요리를 더 맛있게 하기 위해 발전시키거나 반대로 권력층 사람들이 먹던 요리를 재료의 변화 등을 통한 재발명하여 보편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역사가 어느 정도 오래된 신흥공업국 이상 국가라면 대체로 이러한 세 가지 패턴이 혼재하여 발전된 자국의 요리 문화를 갖추게 된다. 한국 요리에서 예를 들면 다양한 재료를 잘게 썰어 볶아 만들던 잡채가 당면과 일본식 간장을 써 다운그레이드 보편화된 것, 미군 PX를 통해 유출된 스팸을 비롯한 저질 가공육을 어떻게든 먹어보기 위해 태어났으나 이제는 국민 음식으로 맛과 재료의 업그레이드가 이뤄지고 있는 부대찌개의 사례를 꼽을 수 있다.

또한 요리는 타국이나 타민족과의 교류를 통하여 발전한다. 이러한 교류는 무역 같은 긍정적인 교류부터 침략과 전쟁 같은 부정적인 교류를 모두 포함한다.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식민지의 식재료와 요리 기술을 일부 받아들이는 경우부터 타국에 점령당하여 그들의 문화에 어쩔 수 없이강제되어 독립/영토를 회복한 이후에도 침략자의 식문화가 일부 남은 경우도 있다. 영국 요리에서 카레나 케첩 같은 아시아계 식재료가 자주 사용되는 것이 전자, 베트남 요리의 퍼나 바인미같은 경우가 후자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위에서 얘기했던 부대찌개 역시 주한미군과의 교류 과정에서 탄생한 음식이다.

요리는 대부분의 현대 가정에서 살림하는 사람이 주로 도맡아 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요리사 문서를 보면  생각 외로 어렵고 힘든 흡사 중노동과 가깝다. 요리의 상당 부분에 불과 열이 빠지지 않으며, 여러 가지 칼과 같은 날카로운 도구들을 안전하게 다뤄야 함과 동시에 수만가지의 재료들을 다뤄야 하므로 결코 얕볼 수 없는 일이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가스와 연기 중에는 1급 발암 물질도 들어 있다.

자취를 해보면, 엄마의 위대함과 매일 먹던 집밥의 소중함을 사무치게 느끼게 된다. 라면이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도 한두 번이지, 가족들과 같이 식사할 때 올라왔던 반찬과 맛있는 밥이 그리울 때가 있다. 기본적인 요리 상식이 있고 레시피만 준수한다면야 평균적인 집밥 수준 이상만큼은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그걸 매번 하는 건 또 성실함을 요구하다 보니 결국 배달 음식 혹은 간편 음식 등으로 대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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