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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공간 예술인 '마술'에 관하여

by 헌찬 2024. 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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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인 판단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되거나 기묘한 현상으로 보이는 속임수나 환상을 자연적인 방법들을 사용해 관객들에게 공연함으로써 관객을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연 예술을 말한다.

본래 마법이라는 단어와 같이 인간의 상식이나 이치로는 설명할 수 없는 환상 따위를 일으키는 행위를 일컫는 단어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공연 예술로서의 마술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었기 때문에, 본래의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의미보다 속임수를 이용해 초자연적으로 보이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연출해 내는 방법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되고는 한다.

마술은 심지어는 동물들에게도 통한다. 사람과는 달리 살면서 마술을 접할 기회조차 없고 속임수라는 것도 알지 못하다 보니 오히려 사람보다도 훨씬 소스라치게 놀라는 경우가 많다.

마술은 범죄가 아니지만, 일부 마술사들이 무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불순한 목적으로 자신의 마술을 마술이 아닌 신비스럽고도 환상 속의 무언가처럼 속이다 발각되는 사례가 있었다. 나아가서 마술을 사기에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었다. 이 때문에 대중에게 마술은 사기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진 적도 있었으며, 현재도 몇몇 사람들은 '마술=사기'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마술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술이 아닌, 초자연적인 그 무언가인 양 위장해 무지한 사람들에게서 금전을 갈취하는 사례가 가장 대표적이다. 또한 심리학과 마술을 결합해서 자칭 영매, 초능력자, 독심술사라고 속이는 사례들이 많았다. 독심술의 경우 심리학으로 대강 추정이 가능한 정보를 늘어놓으니 100% 사기는 아니라지만, 뒷조사+마술로 알아낸 거라면 영락없는 사기다.

공연하고 돈을 받았다면야 관람료를 받는데, 이 관람료는 노동의 대가이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불순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게 문제이다. 마술사들 역시도 마술이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체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으며, 그 유명한 예시로 제임스 랜디의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오해를 살짝 가미해서 마술의 속임수를 좀 과장한 오락 영화로 나우 유 씨 미: 마술사기단이 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보면 당시에 베이징 길거리에서 마술을 보이는 마술사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하루 공연을 끝내는 마지막 마술에서 마술사가 일부러 실수하면서 속임수를 드러내서 이것이 어떤 신비한 힘이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인식시키고 끝내는 전통이 있다고 한다. 이렇듯 정상적인 마술 공연은 어떤 속임수를 통해 마술했는지 인지시키고 공연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기와 차이가 있다.

만약에 마술할 때 관객이 "사기꾼"이라고 말하면 칭찬이다. 그만큼 속임의 동작을 잘 수행했다고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술사라는 직업은 정말 오래전부터 있었다. BC 2500년에 기록된 '웨스토커 파필루스'에 따르면 이집트 제4왕조 시대에 왕궁에서 마술사의 공연이 있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BC 2500년경의 이집트 피라미드에서도 마술에 관련된 기록이 발견된 바 있다. 현재 기록으로, 인류 최초의 마술은 이집트에서 행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마술은 전 세계적으로 행해졌다. 그리스-로마 시대에도 행해졌고, 고대 인도와 중국에서도 마술이 행해졌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보면 18세기 말 베이징에서 중국 마술사가 보이는 마술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요즘 마술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놀라운 마술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동양의 마술은 현대에 들어서는 크게 발전하지 못해 그 명맥을 근근이 이어오는 수준에서 그쳤다.

마술은 근대에 들어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과학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에, 여러 도구나 설비를 이용한 규모 있는 마술이 개발되었다. 마술이 발전함에 따라 곡예와도 구분되는 독자적인 영역을 가지게 되었다. 18세기에는 큰 규모의 마술이 가능해짐에 따라 무대 마술이라는 것이 등장하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 마술은 급속하게 발전했다. 수갑을 채우거나 사슬로 몸을 묶어서 상자나 수조에 들어가 짧은 시간 안에 탈출 또는 벗어나는 탈출 마술, 관객이 보는 앞에서 자동차나 코끼리를 없애 보이는 마술, 사람을 트렁크 속에 넣어 다른 사람으로 바꿔치기하는 마술, 회전 톱으로 인체를 절단하였다가 다시 붙이는 마술 등의 근대의 기계 기술이나 기구를 이용한 대규모적인 마술이 등장했다. 거기에 심령술의 유행에 따라 붐을 일으킨 예언, 텔레파시, 독심술과 같은 형태를 가진 멘탈 매직이라는 분야 역시 활성화되었다. 이렇게 현대의 마술사들은 매우 넓은 범위의 마술을 해 보이고 있다.

저작권까지는 아니지만 마술사들 사이에서의 불문율이 존재한다. 마술사가 이미 있는 마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마술을 만든 마술사에게 허락받은 후 마술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불문율이다. 만약 다른 마술사가 개발한 속임수나 연출을 무단으로 사용하게 된다면 다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첫째로 표절에 대한 윤리적 비난이다. 둘째는 법적 소송이고, 셋째로는 마술사 세계에서의 징계와 제명 조치다. 마술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크게 없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창작물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다.

마술사 사이에서의 관례는 그렇다고 해도, 법적인 문제는 어떻게 될까.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답변에 따르면 마술의 속임수는 저작권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아이디어-표현 이분법이라는 것과 연관이 된다. 이것은 단순한 아이디어는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못하며, 이것을 매체로 표현할 때만 저작권법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마술의 속임수 자체는 저작권법으로 인정되지 않으며, 해당 속임수를 책 혹은 영상 등의 표현물로 제시한 경우에만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의 렉쳐를 무단 배포하는 것은 불법이나, 그 렉처에 나온 속임수를 이용해 허락을 맡지 않고 공연하거나 다른 렉처를 만드는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한국저작권위원회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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